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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가별 다이어트 방법 2. 일본의 '하라 하치 부'

by SBJY0909 2025. 12. 30.

일본 음식

 

 

 우리는 참 치열한 허기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하루의 피로를 맛있는 음식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적 갈증 때문일 것입니다. 가끔 주위 사람들과 식사를 하다 보면 "배가 터질 것 같다"는 말을 최고의 칭찬처럼 주고받곤 합니다. 하지만 식당 문을 나서며 묵직해진 배를 문지를 때, 그 찰나의 포만감 뒤에 밀려오는 나른함과 묘한 후회는 늘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런데 일본 오키나와의 장수 노인들 사이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식사법이 하나 있습니. 바로 '하라 하치 부(腹八분)', 위장의 80% 정도만 채워졌을 때 수저를 내려놓는 습관입니다. 거창한 다이어트 비법이라기보다, 어쩌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적당한 멈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뇌와 위장의 엇갈린 속도 차이

 사실 장수하는 사람들의 식습관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글을 보면 소식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다 채웠는데도 뇌가 그걸 알아채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아, 이제 정말 배부르다"고 느끼는 그 시점은, 이미 100%를 훌쩍 넘겨 우리 몸이 소화해낼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머리는 아직 더 먹으라고 시키는데, 위장은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는 셈이죠.

 

 그 80%라는 선을 지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식사 도중 "여기서 그만 먹어야 하나?"라는 고민과 "한 입만 더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데"라는 본능적인 식탐 사이에서 갈등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니까요. 저 역시 접시 위에 남은 반찬이 아까워 수저를 내려놓지 못하고 꾸역꾸역 비워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한 건, 그 한두 숟가락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식탁을 떠나보면 딱 10분 정도 뒤에 찾아오는 포만감이 훨씬 쾌적하다는 사실입니다. 억지로 밀어 넣어 몸을 둔하게 만드는 대신, 우리 몸의 소화 기관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빈 공간'을 남겨주는 겁니다. 이런 시도가 반복되다 보면, 단순히 살을 빼는 걸 넘어서 내 몸의 소리에 조금 더 예민해지고 있다는 기분 좋은 감각을 되찾게 됩니다.

 

입보다 눈으로 먼저 채우는 포만감

 일본의 식탁을 가만히 보면 작은 그릇에 음식을 조금씩 정갈하게 담아내는 걸 자주 봅니다. 처음엔 감질나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 역시 일종의 영리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커다란 접시에 수북하게 담긴 음식을 허겁지겁 비워내는 것에만 골몰하기보다, 작은 그릇에 담긴 음식의 색과 모양을 눈으로 먼저 천천히 훑어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우리 뇌는 먹기도 전에 시각적인 만족감을 먼저 느끼기 시작합니다.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 그리고 분위기로 먹는 셈입니다.

 

 식사 도중에 가끔은 숨을 좀 고르며 내 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음식을 씹을 때 나는 소리나 혀끝에 머무는 본연의 맛에 집중하다 보면 "음, 이 정도면 충분하네"라는 신호가 오는 지점을 어렴풋이 찾게 됩니다. 물론 매번 성공할 순 없겠죠. 유독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그 선을 훌쩍 넘겨버리고, 잠들기 전까지 속이 더부룩해 자책하는 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조차 내 몸과 대화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무조건 80%를 칼같이 계산하기보다, 평소보다 딱 세 숟가락만 먼저 내려놓아 보자는 가벼운 마음이면 족합니다. 그 작은 여백이 주는 가뿐함은 생각보다 큰 삶의 활력이 됩니다.

 

결핍이 아닌 자유를 위한 선택

사람들은 다이어트라고 하면 무언가를 참아야 한다는 결핍부터 떠올리며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이 습관은 우리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음식물로 인한 피로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지혜에 가깝습니다. 위장을 꽉 채우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그 가벼운 몸의 진동이나 식사 후에도 머리가 맑게 유지되는 기분은, 폭식 뒤에 오는 일시적인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종류의 풍요로움이니까요.

 

 먹는 즐거움이 인생의 큰 낙인데 어떻게 덜 먹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조금 덜 먹을 때, 우리는 다음 식사를 더 기대하게 되고 음식 하나하나의 맛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식탁 위의 여백이 삶의 질을 오히려 높여주는 거죠. 매 끼니를 기계처럼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하루 중 가장 평온한 식사 시간만큼은 이 '80%의 마법'을 한 번 실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기분 좋은 에너지의 공간

"이렇게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강박보다는, "내 몸이 가장 기분 좋아할 만큼만 대접해 보자"는 부드러운 마음으로 식탁 앞에 앉아 보세요. 수저를 조금 일찍 내려놓는 그 짧은 순간의 망설임이, 어느새 여러분의 일상을 훨씬 경쾌하고 생동감 있게 바꿔놓을 겁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늘 식탁 위에 아주 작은 여유의 공간을 남겨보세요. 그 비워진 공간만큼, 여러분의 몸과 마음은 더 기분 좋은 에너지로 채워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