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이나 휴가는 다이어터들에게 그야말로 거대한 '심리적 지뢰밭'과 같습니다. 저 역시 "이번만큼은 꼭 지키겠다"고 호기롭게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꽉 끼는 바지 단추를 보며 자괴감에 빠졌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이제는 그 지뢰밭에서도 나름의 '생존 전략'을 터득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혹은 반대로 모든 유혹을 참으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딱 하나'의 방어선만 지키는 영리한 태도가 필요하더라고요. 휴가의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확찐자'의 늪에 빠지지 않았던 저만의 지극히 현실적인 기록을 공유해 드립니다.
메인 메뉴는 단 하나, 나머지는 맛만 보기
여행지나 명절 집밥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음식의 종류가 너무 많아 내 통제력을 쉽게 잃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저도 예전엔 "여행까지 왔는데 다 먹어봐야지!"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맛보다가 정작 메인 요리는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소화제만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번은 제주도 뷔페에서 전복죽부터 이것저것 욕심을 부렸는데, 정작 기대했던 흑돼지는 배가 너무 불러 한 점도 못 먹고 숙소로 돌아와 후회만 가득했었죠. 그 후회 끝에 세운 규칙은 바로 '메인 메뉴는 단 하나, 나머지는 맛만 보기'입니다. 화려한 디저트들이 유혹할 때도 "절대 안 돼!"라고 단정 짓기보다, "정말 먹고 싶으면 딱 한 입만 뺏어 먹자"고 저 자신과 타협하며 망설임을 즐기는 편을 택합니다. 사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에도 어제 먹은 야식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찔리기도 하지만요. 완벽한 절제는 불가능하더라도, 가장 맛있는 '딱 하나'에만 집중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도, 뱃살에도 훨씬 이롭습니다.
음료는 되도록 피하고, 마시게 된다면 달지 않은 음료까지 허용
휴가철이나 명절에 의외로 살이 찌는 주범은 밥보다 '음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예전엔 "커피 한 잔인데 어때?"라며 시럽 듬뿍 넣은 라떼를 마셨다가, 휴가가 끝나고 체중계 위에서 경악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번은 예쁜 카페에서 비주얼에 홀려 달콤한 에이드를 선택했는데, 그 한 잔의 칼로리가 밥 한 공기보다 높다는 걸 알고 나서 얼마나 허무했는지 모릅니다. 음료로 채운 칼로리는 포만감도 없으면서 살만 정직하게 찌우니 정말 억울하더라고요.
그 래서 제가 정한 절대적인 방어선은 '음료는 무조건 달지 않은 것으로'입니다. 컵 표면에 맺힌 차가운 이슬과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만으로도 식탐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기분이 들거든요. 물론 옆 사람이 마시는 망고 스무디의 화사한 노란빛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저건 액체로 된 설탕이다'라고 주문을 외우며 씁쓸한 아메리카노 향에 집중하려 노력합니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이 맛은 식사 후에 찾아오는 가짜 식욕을 잠재우는 데에도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채소부터 먼저 챙겨 먹기
이전 거꾸로 식사법 제목의 글에서 다룬 내용인데, 바로 채소부터 먼저 챙겨 먹기입니다. 명절 상차림에는 전이나 갈비찜 같은 고칼로리 음식들이 즐비하죠. 저는 그 화려한 고기들로 젓가락이 가려는 본능을 잠시 누르고, 무조건 나물이나 쌈 채소부터 집어 먹습니다. 제 위장에 "이제 기름진 음식이 들어갈 거니까 미리 준비해"라고 신호를 보내는 나름의 생존 본능인 셈입니다.
명절에 다들 갈비를 뜯는데 혼자 나물을 집고 있으면 친척들이 꼭 한마디씩 하시죠. "너 다이어트 하니?"라는 그 조금은 부담스러운 질문 말입니다. 그럴 땐 그냥 "아뇨, 고기 더 맛있게 먹으려고 빌드업 중이에요!"라고 능청스럽게 넘기며 나물을 한 번 더 가져옵니다. 씁쓸한 도라지나 향긋한 취나물을 먼저 넉넉히 먹어두면 확실히 혈당이 널뛰는 게 덜해서 그런지 식후의 나른함도 훨씬 덜한 편입니다. 완벽하게 절식할 순 없어도, 입에 들어가는 순서만 살짝 뒤트는 이 편법이 저 같은 평범한 다이어터에게는 가장 실질적인 구원이 되어줍니다.
10분 산책의 마법
명절에 전을 부치고 난 뒤, 혹은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 눕고 싶다"는 것입니다. 저도 명절 때 배부르다고 바로 거실에 대자로 누웠다가 그대로 잠들어서, 저녁에 일어났더니 얼굴이 호빵처럼 부어 가족들이 놀렸던 굴욕적인 기억이 있습니다. 소화가 안 된 상태에서 누워버리면 역류성 식도염은 물론이고, 그 칼로리가 고스란히 체지방으로 예약되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무리 귀찮아도 '딱 10분만 걷기'라는 최소한의 약속을 지키려 애씁니다. 거창하게 운동화를 갖춰 신고 나가는 게 아니라, 명절이면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여행지라면 숙소 복도라도 잠시 서성이는 정도입니다. "오늘은 너무 많이 먹었으니까 운동을 1시간 해야 해"라는 강박은 결국 포기로 이어지기 쉽지만, "딱 10분만 소화시키자"는 마음은 실천하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사실 가끔은 그 10분조차 귀찮아서 침대와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기도 하지만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방어선'만 지키세요
명절이나 휴가는 원래 즐거워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온통 다이어트 걱정으로만 채우는 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저 역시 여전히 맛있는 음식 앞에서 망설이고, 가끔은 계획보다 더 많이 먹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사실 어젯밤에도 야식의 유혹을 참느라 한참을 고민했을 만큼 제 의지도 그리 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 번의 과식'이 아니라 '다이어트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마음'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상다리가 휘어지는 명절 음식을 다 거절할 순 없어도, 달달한 음료 대신 물을 마시고 식후에 잠깐 걷는 그 소소한 노력이 여러분의 다이어트 흐름을 지켜줄 것입니다. 단정적인 성공을 장담할 순 없지만, 이렇게 나만의 작은 방어선을 지키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국 요요 없이 길게 가는 비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