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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향기로 단것과 이별 시도하기

by SBJY0909 2025. 12. 28.

바닐라 오일

 

 

 오후 4시만 되면 사무실의 시계가 멈춘 것 같고, 머릿속엔 온통 달콤한 시럽이 가득 찬 카페라떼나 초코 쿠키 생각뿐입니다. 저 역시 이 시간대만 되면 입안이 깔깔해지면서 당분이 뇌를 지배하는 기분을 매일같이 느꼈거든요. 처음엔 의지력 문제라고 생각해서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제 인성이 아니라 뇌가 보내는 아주 본능적인 배고픔 신호라더군요. 그러다 어디선가 바닐라 향기를 맡으면 단 음식에 대한 갈망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단 냄새를 맡으면 배가 더 고파지는 게 상식 아닌가?" 싶어 의심부터 앞섰지만, 탕후루에 쏟아붓는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심정으로 일단 바닐라 오일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싼 게 비지떡, 두 번 돈 들이다

 처음엔 오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길래 "냄새만 나면 장땡이지"라는 생각에 아주 저렴한 인공 향료 제품을 샀습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습니다. 뚜껑을 열자마자 올라오는 그 인위적이고 끈적한 달콤함이 마치 더운 여름날 꽉 막힌 버스 안의 방향제 냄새 같더라고요. 단 음식을 참으려다가 오히려 속이 메슥거려서 업무에 집중을 못 할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그 오일은 화장실 구석으로 직행했고, 저는 다시 거금을 들여 천연 바닐라 빈 오일을 샀습니다. 제 지갑이 먼저 다이어트 되는 기분이었지만, 확실히 비싼 오일은 향이 깊고 은은해서 마음이 좀 차분해지긴 하더군요.

 

사무실의 '델리만쥬 범인'으로 오해받다

 가장 민망했던 건 사무실에서 이 루틴을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간식이 너무 당길 때마다 책상 밑에서 몰래 오일병 뚜껑을 열고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는데, 옆자리 동료가 갑자기 코를 킁킁대기 시작하더라고요. "어디서 델리만쥬 냄새 안 나요? 누가 간식 숨겨놓고 먹나?"라며 범인을 찾기 시작하는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제가 향기를 맡고 있다는 걸 들키면 왠지 유난 떠는 다이어터처럼 보일까 봐, 찔리는 마음에 "그러게요, 누가 먹나 봐요"라며 엉뚱한 대답을 하고 화장실로 도망쳤던 기억이 납니다. 살을 빼려고 향기를 맡는 건데, 졸지에 동료들의 식욕을 자극하는 '빌런'이 된 것 같아 한동안은 오일을 꺼낼 때마다 주변 눈치를 보느라 바빴습니다.

 

향기에 취해 오히려 배가 고파지는 역설의 순간

 물론 향기만 맡는다고 배가 부른 건 절대 아닙니다. 어떤 날은 바닐라 향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갓 구운 빵이나 와플이 더 간절해지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향기가 이렇게 좋은데 한 입만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라는 생각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편의점으로 달려가려던 발걸음을 애써 잠재우려고 속으로 많이 참았던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차가운 물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제 감각을 현실로 돌려놓으려 애썼습니다. 향기는 어디까지나 뇌를 잠시 속이는 '임시방편'일 뿐이지, 결국 제 손가락이 간식 봉지를 뜯느냐 마느냐는 제 선택의 문제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순간들이었습니다.

 

 이 방법이 제 식탐을 100% 차단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무실에 바닐라 냄새가 너무 좋아 참고 또 참다가 퇴근길에 바닐라 라떼를 사먹었던 적도 있습니다. "이것도 바닐라니까 괜찮지 않을까?"라는 뻔뻔한 생각으로 자기 위안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다 마시고 나서 빈 컵을 보며 허탈함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무작정 간식을 집어 들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고민하고 향기를 맡아보려 노력했던 그 과정 자체가 제게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지속적으로 말씀 드렸지만 결국 다이어트는 나 자신을 억지로 굶기고 괴롭히는 과정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어떻게든 부드럽게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무조건 참기만 하면 결국 폭발해서 더 많이 먹게 되는데, 앞에서 언급한 페퍼민트 향과 바닐라 향이라는 완충제 덕분에 그 폭발의 빈도가 조금은 줄어들었습니다. 비록 완벽하게 설탕을 끊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조급하게 단것에 매달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저는 이 향기들이 효과가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퇴근길에 빵집 앞을 지날 때 마음이 흔들리겠지만, 가방 속에 든 작은 오일병 하나에 의지하며 집까지 무사히 가보려 합니다. 가끔은 실패해서 케이크 한 조각을 먹게 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괜찮습니다. 내일 다시 향기를 맡으며 제 감각을 정화하고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여러분도 너무 엄격한 기준에 자신을 가두어 괴롭히기보다, 이런 소박한 변화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처음엔 조금 어색하고 귀찮을 수도 있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 여러분의 식탐과 조금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길을 열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