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아침마다 몸이 무슨 물먹은 솜뭉치마냥 무거웠습니다. 어제저녁에 분명 풀떼기만 씹었는데도 거울 속 제 배는 여전히 올챙이처럼 뽈록 나와 있더군요. "이건 진짜 사기다, 물만 마셔도 살찌는 저주에 걸린 게 분명해!"라며 억울해 죽을 뻔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보게 된 영상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 장속 미생물이 내 대사 시스템을 쥐락펴락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솔직히 좀 충격이었습니다. 적게 먹고 죽어라 뛰는 게 정답인 줄 알았더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니요. 오늘은 제 장속 미생물 친구들과 화해하기 위해 벌인, 조금은 구질구질하고 쿰쿰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내 배속은 뚱보균들의 무법천지?
처음엔 "균을 먹어서 살을 뺀다고? 무슨 사기 치는 소리야" 싶었습니다. 그런데 커뮤니티 글들을 뒤져보니 이게 꽤 근거가 있더라고요. 일명 '뚱보균'이라는 녀석들이 많으면 남들이 그냥 내보낼 에너지까지 꾸역꾸역 몸에 저장한답니다. 제 장 속이 그동안 이 뚱보균들의 광란의 파티장이었다고 생각하니 진심으로 화가 치밀었습니다. '아, 내 의지 문제가 아니라 이 균놈들이 문제였구나!' 싶어 묘한 위로가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일단 칼로리 계산기는 집어치우고, 내 장속 '정원사'들한테 맛있는 밥 좀 먹여보기로 했습니다. 이건 다이어트라기보다 내 몸 기초 공사를 다시 하는 마음이었죠.
낫또 냄새에 헛구역질하던 나에서 이제는 중독자로
본격적으로 발효 음식을 먹기로 하고 낫또랑 청국장을 사 왔습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 낫또 진심으로 싫어했습니다. 그 끈적거리는 실이랑 쿰쿰한 냄새... 처음 팩을 뜯었을 때 그 묘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와, 이걸 돈 주고 먹어야 하나" 싶어 젓가락만 들고 한참을 멍 때렸습니다. 한 입 넣었을 때 그 미끌거리는 식감에 진심으로 변기 붙잡을 뻔했습니다. 근데 이게 참 신기하죠? 갓 지은 현미밥에 연겨자랑 간장 조금 섞어서 계속 먹다 보니까 은근히 고소한 게 묘하게 당기더라고요. 입가에 끈적한 실이 다 묻어서 닦느라 바빴지만, '이게 다 내 유익균들 도시락이다' 생각하니 참을만했습니다. 보글보글 끓인 청국장에 두부 듬뿍 떠서 먹을 때 그 뜨끈한 기운이 장까지 내려가는 느낌... 예전엔 마라탕이나 치킨만 찾던 제가 이런 투박한 맛에 감탄하고 있는 게 스스로도 참 웃기면서도 신기합니다.
요거트 메이커 사려다 주방만 거덜 낸 사연
물론 의욕만 앞서서 사고도 좀 쳤습니다. 집에서 수제 요거트 만들겠다고 설쳤다가 온도 조절 실패해서 다 썩은 냄새 나는 괴상한 액체를 만들어버렸거든요. 아침에 뚜껑 열자마자 올라오는 그 시큼한 악취에 "역시 난 안 돼" 싶어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결국 주방 꼴을 본 와이프한테 "그냥 좀 사 먹으라"며 등짝 스매싱만 맞았습니다. 냉동 채소도 몸에 좋다길래 대량으로 샀다가, 해동하니 무슨 물컹한 걸레 씹는 식감이라 냉장고 구석에 방치 중입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그냥 마트 가서 1+1 하는 무가당 그릭요거트 사고, 그 위에 견과류 좀 뿌려 먹는 걸로요. 직접 만드는 건 제 영역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확실히 식단을 바꾸니까 예민했던 성격도 좀 누그러지고, 아침마다 느껴지던 그 기분 나쁜 더부룩함이 사라지는 게 체감됩니다. 이제야 제 몸속 미생물들 중 10%는 몰아낸 기분입니다.
일단 김치 한 점부터 가볍게 시작해보자
다이어트는 내 몸을 채찍질하는 게 아니라, 내 몸속에서 고생하는 미생물들 대접해 주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거창한 유기농 식단? 비싼 영양제? 다 필요 없습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 잘 익은 김치 한 점 더 올리고,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는 것부터가 시작이더라고요. 저도 여전히 퇴근길 치킨 냄새 맡으면 정신 못 차리고, 가끔은 라면 국물까지 싹 비우는 불량 다이어터입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자책하진 않습니다. 다음 끼니 때 다시 발효 음식 챙겨 먹으면서 유익균들한테 사과하면 되니까요. 여러분도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무조건 10kg 빼야지!"라는 강박보다는 "오늘은 내 장을 위해 조금 더 친절한 음식을 먹어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세요. 좀 쿰쿰하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그 변화가 주는 재미가 꽤 쏠쏠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