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항상 묘한 긴장감과 함께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눈앞에서 윙윙 돌아가는 러닝머신으로 직행해서 일단 땀부터 쫙 뺄 것인가, 아니면 저기 쇳덩이들이 가득한 렉으로 가서 바벨부터 들 것인가. 저도 처음엔 "일단 몸이 뜨거워지고 땀이 나야 살이 빠지지"라는 단순한 생각에 무작정 러닝머신 위에서 30분을 달렸습니다. 그런데 30분 뛰고 나면 이미 진이 다 빠져서 정작 근력 운동할 때 힘이 잘 안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나름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뱃살은 그대로인 상황이 지속되어 여러 논문과 기사들을 찾아 공부해 본 결과 운동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되어 올바른 운동 순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내 몸의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털어내는 법: 글리코겐 청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뱃살을 효율적으로 털어내려면 근력 운동을 먼저 하고 유산소를 나중에 하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이건 제가 체감한 것도 있지만, 스포츠 생리학 관련 논문들을 봐도 꽤 명확하게 나오는 이야기거든요. 우리 몸은 운동을 시작하면 근육 속에 저장된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을 에너지로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지방을 태우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힘이 펄펄 넘칠 때 근력 운동으로 이 탄수화물을 먼저 '청소'해버리고, 그 다음에 유산소를 타야 지방이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다는 논리죠. 저는 이 원리를 깨닫고 나서 루틴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일단 헬스장에 가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예열만 하고 바로 스쿼트나 데드리프트 같은 큰 근육 운동부터 시작합니다. 처음엔 좀 뻑뻑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갓 구운 빵처럼 부드러운 몸이 아니라 냉장고에서 막 꺼낸 굳어 있는 가래떡 같은 상태니까요. 하지만 쇳덩이를 몇 번 들다 보면 몸이 뜨거워지면서 "아, 이제 내 몸의 당분을 다 끌어 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옵니다. 확실히 근력 운동을 먼저 하면 집중력이 다릅니다. 예전엔 손목이 후들거려서 덤벨도 제대로 못 잡았는데, 순서를 바꾸니 중량도 조금 더 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물론 근력 운동이 끝날 때쯤이면 이미 티셔츠가 땀으로 젖고 "아, 그냥 집에 갈까?" 하는 나약한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여기서 단정적으로 "무조건 더 해야 해!"라고 채찍질하진 않겠습니다. 저도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유산소를 패스하고 샤워실로 도망가기도 하니까요.
러닝머신 위에서 느끼는 지방 연소 냄새와 주관적인 착각
근력 운동으로 탄수화물을 어느 정도 고갈시킨 뒤 러닝머신 속도를 6.0 정도로 맞추고 걷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진짜 '지방 연소'의 시간입니다. 이때는 미친 듯이 뛸 필요도 없습니다. 경사도를 살짝 높여서 빠르게 걷기만 해도 숨이 차오르는데, 이 기분이 묘하게 중독적입니다. 땀방울이 턱끝에서 뚝뚝 떨어질 때, "지금 내 뱃살이 기름이 되어 흐르고 있구나" 하는 주관적인 착각에 빠지기도 하죠. 사실 피트니스 잡지나 기사들을 보면 유산소는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너무 오래 하면 오히려 근육이 손실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도 있거든요. 저 같은 '근손실 공포증' 환자들에게는 딱 적당한 명분이죠. 유산소 운동을 할 때 저는 주로 넷플릭스를 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가 있거든요. 가끔 옆 사로에서 미친 듯이 질주하는 분을 보면 괜한 승부욕이 생겨 속도를 올리다가, 5분 만에 무릎 신호가 와서 다시 낮추곤 합니다. 역시 무리는 금물이라는 걸 몸소 배우는 중입니다. 사실 헬스장 공기가 그리 상쾌하진 않잖아요? 땀 냄새와 에어컨 바람이 뒤섞인 그 특유의 공기 속에서 러닝머신 벨트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가 지금 현대판 수행을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 마치고 내려올 때 발바닥에 전해지는 묵직한 피로감은 "오늘 하루도 헛살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줍니다.
운동 끝나고 마시는 단백질 한 잔, 그리고 '기회의 창'에 대한 집착
운동을 다 마치고 나면 마지막 관문이 남습니다. 바로 '단백질 보충'이죠. 한때는 운동 끝나고 30분 이내에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공들여 만든 근육이 다 녹아내린다는 '기회의 창' 이론에 거의 신앙처럼 집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헬스장 샤워실에서 헐떡이며 신타(Syntha)를 흔들어 마시곤 했죠. 그런데 최근 스포츠 영양학 관련 기사들을 보니, 그 '창문'이 생각보다 훨씬 넓게 열려 있다고 하더라고요. 굳이 허겁지겁 마시지 않아도, 운동 후 몇 시간 내에만 질 좋은 단백질을 섭취해 주면 충분하다는 거죠. 솔직히 단백질 쉐이크... 아무리 맛있게 나왔다 해도 특유의 텁텁한 뒷맛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됩니다. 어떤 날은 그 비린 맛이 싫어서 그냥 닭가슴살을 씹는데, 운동 직후라 입안이 바짝 말라 있어서 퍽퍽한 살코기가 목구멍을 넘어갈 때의 그 고통은 정말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이 생활이 한계에 다다를때쯤 다 포기할까 싶다가도, 다음 날 거울 속 내 몸이 아주 미세하게나마 탄탄해진 것 같은 주관적인 착각을 맛보면 다시 쉐이커 통을 씻게 됩니다. 사실 단백질보다 더 중요한 건 충분한 휴식일지도 모릅니다. 잠을 잘 때 근육이 합성된다는데, 저는 밤늦게까지 유튜브로 '운동 자극 영상'을 보다가 정작 잠은 서너 시간밖에 못 자는 모순을 범하곤 하거든요. 결국 잘 먹고 잘 자는 것까지가 운동의 완성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중입니다.
결국은 지속 가능한 타협점을 찾는 과정
사실 순서가 어떻든 헬스장에 발을 들였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겁니다. 근력 먼저냐 유산소 먼저냐는 '더 효율적인 방법'의 문제이지, 정답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어떤 날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그냥 미친 듯이 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순서 따위 무시하고 러닝머신부터 하 편이 정신 건강엔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는 결국 '기분 좋게' 지속해야 성공하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효율을 따진다면, 내일부터는 쇳덩이와 먼저 인사를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요? 근육을 쥐어짜는 듯한 묵직한 자극 뒤에 찾아오는 유산소의 개운함. 그 조화로운 고통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허리띠 칸수가 줄어드는 기적을 맛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도 오늘 저녁엔 퇴근하고 바로 렉으로 직행할 생각입니다. 물론 헬스장 입구에서 '오늘은 그냥 쉴까?' 하고 5분 동안 서성일 제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긴 합니다만, 일단 신발 끈이라도 묶어보는 편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