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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스파이크 잡고 뱃살 지우는 '거꾸로 식사법' 후기

by SBJY0909 2025. 12. 18.

거꾸로 식사법

 

 오후 2시, 사무실 모니터 글자가 침침해 보이고 키보드 위에 놓인 손가락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던 그 기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겁니다. 저는 단순히 "어제 늦게 자서 그래"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연거푸 들이부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바로 제 몸속에서 혈당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격히 치솟았다가 툭 떨어지는 '혈당 스파이크'의 비명이었습니다. 살을 빼고 싶어서 점심을 대충 때워보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보상심리가 발동해 퇴근길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쓸어 담는 제 모습이 너무나 한심해 보였습니다.

 

 그러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바로 '거꾸로 식사법'입니다. 거창한 건 없고 식이섬유,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입에 넣기만 하면 된다더라고요. 처음엔 솔직히 의구심이 컸습니다. "어차피 위장에 들어가면 다 섞일 텐데, 순서 좀 바꾼다고 인생이 달라지겠어?" 생각했으나 한 달이 지난 지금, 제 몸이 보내는 신호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내가 토끼도 아니고..." 생배추와 보냈던 고독한 시간

 

 거꾸로 식사법의 첫 관문은 숟가락을 들자마자 습관적으로 밥으로 향하던 손을 억지로 멈추는 겁니다. 과학적인 원리는 이렇습니다. 식이섬유가 장벽에 얇은 그물막을 형성해서 뒤이어 들어오는 설탕이나 전분의 흡수를 늦춰준다는 거죠.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 배고픔에 눈이 먼 상태에서 마주하는 생오이나 샐러드는 정말 아무 맛도 안 났습니다.

 

 특히 지난주 금요일, 회사 근처 삼겹살집에서의 회식은 제 인내심의 한계였습니다. 불판 위에서 고기 기름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마늘 향이 코끝을 자극하는데 저 혼자 쌈장을 찍지도 않은 생배추를 '아작아작' 씹고 있었거든요. 옆에 앉은 김 대리가 "어디 아파요? 왜 고기는 안 먹고 배추만 소처럼 뜯고 있어요?"라며 진심으로 걱정하더군요.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꾹 참고 배추 세 장을 천천히 씹어 삼켰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채소를 충분히 넣고 나면 위장이 "아, 이제 진짜 음식이 들어오는구나" 하고 차분하게 준비를 마치는 기분이 듭니다. 예전처럼 고기를 보자마자 허겁지겁 입에 집어넣던 그 조급한 광기가 확실히 가라앉더라고요. 뱃속이 든든하게 코팅되는 그 묵직한 안정감,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닭가슴살 한 점에 담긴 뜻밖의 '고급스러운' 만족감

 

 채소로 배를 어느 정도 채웠다면 이제 다음은 고기나 생선, 두부 같은 단백질 차례입니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먹는 재미'가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주로 편의점에서 파는 그 뻔한 닭가슴살이나 구운 두부를 먹었는데, 채소를 먼저 먹어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포만감이 느껴졌습니다.

 

 가끔은 단백질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갓 지은 하얀 쌀밥에 김치찌개를 비벼 먹고 싶은 유혹이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 특히 찌개가 보글보글 끓으며 매콤한 증기를 내뿜을 때는 단백질만 골라 먹는 게 참 고문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 단백질을 먹어야 2시간 뒤에 과자를 안 찾는다"라고 주문을 외웠습니다.

 

 실제로 단백질의 쫄깃한 식감에 집중하며 천천히 씹다 보면, 어느 순간 밥에 대한 강렬한 갈증이 한풀 꺾이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식욕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이 감각은 정제된 설탕이나 밀가루가 결코 줄 수 없는 아주 '고급스러운' 만족감이었습니다.

 

탄수화물,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밀려나다

 

 드디어 대망의 피날레, 탄수화물 단계입니다. 사실 이 단계에 오면 이미 배가 70~80%는 차 있는 상태예요. 예전에는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도 부족해서 "여기 비빔공기 하나 추가요!"를 외쳤던 저인데, 이제는 밥 세 숟가락만 먹어도 "아, 진짜 배부르다"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하얀 쌀밥의 달콤함은 여전하지만, 이미 앞선 단계에서 혈당 스파이크의 발판을 치워버렸기에 그 자극이 예전만큼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더라고요.

 

 물론 매번 완벽할 순 없었습니다. 비빔밥이나 덮밥처럼 모든 재료가 섞여 있는 음식을 마주할 땐 "이걸 어떻게 나눠 먹어?"라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죠. 그럴 땐 비빔밥 위에 얹어진 나물과 계란 프라이부터 쏙쏙 골라 먹는 제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워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실패조차 제 다이어트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빵이나 면을 완전히 끊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것을 마지막에, 가장 적게' 즐긴다는 이 원칙이 저 같은 의지박약 다이어터에겐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식후 20분, 뇌와 위장이 대화하는 시간

 

 식사를 마친 직후에는 사실 '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미련이 살짝 남습니다. 특히 마지막 탄수화물 양을 줄였을 땐 그 공허함이 더 크게 다가오죠. 예전 같으면 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가 초코바 하나를 샀겠지만,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 뇌가 배부름을 인지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나오기까지 최소 20분이 걸린다는 사실을요.

 

 저는 이 마의 20분을 견디기 위해 식탁에서 일어나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내립니다. 그리고 넷플릭스 예능 하나를 딱 켜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분 좋은 온기가 솟아오르는 게 느껴집니다. 위장이 빵빵하게 늘어난 불쾌한 팽만감이 아니라, 아주 편안하고 가벼운 포만감이 느껴집니다. 

 

 가끔은 친구들이 건네는 달콤한 생크림 케이크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리는 제 자신을 보며 "난 역시 안 돼"라고 자책할 때도 있습니다. 솔직히 그 달콤하고 부드러운 유혹을 매번 뿌리치기엔 제 의지력이 너무 나약하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식사 순서를 지키려 노력했던 그 앞선 15분이 이미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었을 테니까요.

 

숫자가 아닌 '느낌'에 집중하는 삶

 

 거꾸로 식사법을 한 달간 실천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단순히 체중계 숫자가 줄어든 것이 아닙니다. 식사 후 오후 2시만 되면 눈앞이 침침해지던 그 극심한 피로가 사라지고, 대신 맑고 개운한 정신이 그 자리를 채웠다는 점입니다. 배가 찢어질 듯 부른 불쾌함이 아니라, 기분 좋게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으로 오후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식탐 조절이 힘들거나 식후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처음엔 좀 번거롭고 유난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 저도 식당에서 샐러드부터 찾는 제 모습이 가끔은 낯설거든요. 하지만 내 몸을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이 단지 '젓가락이 가는 순서'를 바꾸는 것이라면, 기꺼이 그 작은 불편함을 감수해 볼 만하지 않을까요? 오늘 저녁, 따끈한 밥 한 술보다 아삭한 채소 한 입으로 시작하는 작은 변화를 여러분도 꼭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